이방인의 도시 군산. 불과 몇 백 명의 주민만이 살았던 어촌 마을은 일제강점기 시절 쌀 수탈을 위해 개항되며 전국의 노동자들이 모여 들었고, 해방 이후엔 미군이 들어오고, 근래엔 대기업의 공장이 들어섰다 폐쇄되고 국가사업이 진행되며, 부흥과 쇠락을 거듭해 왔다. 그때마다 유입되었던 사람들은 다시 떠나거나 그대로 남아 이방인의 도시를 이루었고, 부흥과 쇠락의 잔해들은 현재 군산의 지형과 경관을 만들었다. 영화의 카메라는 군산의 쓸쓸하고 애잔한 풍경 속을 부유하고, 스위스에서 온 무용가 안나는 그 풍경을 애절한 몸짓으로 위무하며, 새로 유입된 음악가들은 그곳에 애가를 선사해 군산전기를 써내려 간다. 그리고 군산의 이방인들은 폐허 속에서도 다시 한 번 꿈을 꾸며 새로운 생을 살아가고 있다.